[머니투데이 이지현기자][복지부, "4월부터 간단한 정신과 상담 'F 코드' 기록 안해도 돼"]

#서울의 한 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민모씨(24·여).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민씨는 극심한 취업난에 밤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최근엔 취업 스트레스가 발단이 돼 사귀던 남자친구와도 헤어졌다. 삶에 기쁨이 없고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은 기분에 정신과에서 상담이라도 받아보고 싶지만 "정신과 상담을 받으면 'F코드' 기록이 남아 취업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친구 말에 이마저도 단념해야 했다.

오는 4월부터 민씨처럼 정신과 상담을 받을 경우 기록이 남는다는 이유로 정신과를 찾지 못하던 사람들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간단한 정신과 상담은 정신과 코드인 F코드 대신 보건일반상담 코드를 입력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4월1일부터 약물 처방을 받지 않는 간단한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의 경우 의사가 정신과질환이 아닌 보건일반상담으로 코드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한다고 19일 밝혔다.

이에 따라 정신과전문의는 간단한 상담을 원하는 환자가 병원을 방문할 경우 기존 정신과질환 청구코드인 F코드 대신 보건일반상담인 Z코드로 청구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처음 정신과를 방문한 사람에게만 적용되며 이미 정신과를 이용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이번 조치는 '정신과를 이용하면 F코드 기록이 남아 취업이나 보험 혜택을 받을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신과 급여 청구 내용 등 건강보험 관련 정보는 국민건강보험법 등에 의해 엄격히 관리되고 있지만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정신과를 찾는 사람의 숫자는 많지 않은 현실이다.

실제 복지부에서 시행한 '2011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에 따르면 정신질환에 걸린 경험이 있는 사람 중 15.3%만이 정신과 의사, 비정신과 의사, 기타 정신건강전문가에게 정신건강문제를 의논하거나 치료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39.2%(2010), 호주 34.9%(2009), 뉴질랜드 38.9%(2006) 등에 비해 낮은 편이다.

복지부는 "이번 조치로 정신과 의사와의 상담이 활성화되고 국민들의 정신건강문제를 조기에 발견해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복지부는 △정신건강증진센터를 현재 183개에서 200개로 늘리고 △모든 기관에 1명 이상의 정신건강 상담 전담인력을 추가 배치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IN' 사이트와 연계해 '정신건강 홈페이지'를 구축할 방침이다.

또 올 상반기 중으로 정신질환자 범위를 축소하고 정신질환 이력에 따른 차별 방지조항 등을 만드는 내용의 정신보건법 개정안을 국회 제출할 계획이다.

머니투데이 이지현기자 blue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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