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래도 자립생활이 대세입니다
황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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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08 11:34
시설 밖으로 탈출 시작…자립지원대책 절실
제소당한 유인촌 장관…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9-06-05 22:5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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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들의 집단 퇴소, 탈시설 운동의 변화
적게는 6년, 많게는 28년간 시설에서 살아온 중증장애인 8명이 시설 밖으로 나왔습니다. 당장 잘 곳이 없어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 천막을 치려했으나 경찰이 허락하지 않아 스티로폼을 깔고 노숙을 시작했습니다. 이들을 돕는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단체들은 국가인권위원회를 찾아 생존권을 보장해달라며 긴급 구제를 요청했습니다. 서울시에도 찾아가 자립생활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그동안의 탈시설 운동이 시설내 비리와 인권침해를 찾아내 널리 알리고, 긴급한 상황에 놓여있는 시설장애인들을 지원하는 형태였습니다. 사건이 크게 터져버린 시설은 잘해야 폐쇄 조치가 내려지는데 그러면 그곳에 있던 장애인들은 다른 시설로 보내지곤 했습니다. 비리와 인권침해의 가능성이 농후한 또 다른 시설로 보내지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또 다른 문제의 시작이었습니다.
이제 새롭게 시작된 탈시설 운동은 구체적인 자립생활 대안을 만들어가는 것이 특징입니다. 국민기초생활수급권과 장애수당, 초기정착금, 자립주택, 자립생활체험홈, 활동보조서비스 등 대안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이것들이 장애인의 자립생활에 적용가능하도록 고칠 것은 고치고, 새롭게 만들 것은 새롭게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보건복지가족부와 서울시 등 지자체는 전체 시설장애인들을 대신해 목숨을 걸고 밖으로 나온 중증장애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합니다.
인천에서는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지난 2일 밤부터 인천시청 앞에서 장애인의 생존권과 탈시설·자립생활 보장을 촉구하며 노숙농성에 돌입했습니다. 이날 인천시청 공무원들과 장애인 차별철폐 9대 요구안을 놓고 면담을 가졌는데, 인천시가 무성의한 답변을 내놓았다면서 곧 바로 농성에 돌입한 것입니다. 인천시 장애인들은 특히 현재 70인 규모의 중증장애인요양시설이 신축 중인데, 정부의 시설 소규모화 정책에 어긋난다면서 공사 중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정답은 간단합니다. 대형시설 지을 돈이 있다면 지역사회 자립생활 환경구축에 써야한다는 것입니다. 이제 시대는 변했습니다.
장애인장기요양서비스, 아니 장애인자립지원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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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은 노인요양방식의 시범사업이 포함된 것을 두고, 공청회에 앞서서 기자회견을 열어 “노인요양보험 방식은 말 그대로 노인요양방식의 문제점을 그대로 장애인장기요양제도에 이식하는 결과만을 가져올 것이 불을 보듯 분명하다”고 반발했습니다. 전문가들도 공청회에서 이구동성으로 장애인과 노인의 다른 특징은 설명하며 장애인의 장기요양은 요양이 아니라 지역사회 자립생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공청회가 정말 공청회가 맞다면 비록 1곳이라도 노인요양방식의 시범사업이 진행돼서는 안됩니다. 모든 사람이 반대하는 시범사업을, 실패가 눈앞에 뻔히 보이는 시범사업을 진행시키는 것은 예산의 낭비일 뿐더러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야기시킬 수 있습니다.
계속해서 확인되고 있듯이 자립생활이 대세입니다. 그래서 이번 시범사업에 거는 장애인계의 기대는 큽니다. 비록 장기요양이라는 이름으로 논의가 시작됐지만 결론은 자립지원이라는 것에 대해 모든 이들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자립지원서비스를 받으면, 이렇게 삶이 달라질 수 있다라는 점을 확인시키는 시범사업이 돼야할 것입니다. '시설 밖으로 지역사회 속으로' 중증장애인들의 탈출은 시작됐습니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의식있는 학자들과 전문가들도 이번 만큼은 정부측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장애인장기요양서비스추진단의 결론대로 아예 명칭도 장애인자립지원서비스로 수정해서 사업을 진행해야할 것입니다.
말 안 듣더니 결국 제소당한 유인촌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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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중증장애인들이 직접 시설 점검에 나섰는데요. 전동스쿠터를 탄 장애인은 엘리베이터에 겨우 올라탈 수 있었는데, 너무 좁아 탑승 과정에서 엘리베이터벽 대리석이 깨져버렸습니다. 엘리베이터 옆에 있던 의자에 앉아 있던 배우 강부자씨가 이 광경을 보더니 “장애인들이 불편하게 왜 이렇게 엘리베이터를 좁게 만들었느냐”고 인상을 찌푸렸습니다. 강부자씨가 아니라 어느 누가 그 광경을 보았더라도 당국의 조치가 이해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사진으로 엘리베이터 입구 크기를 잘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좁아도 그렇게 좁을 수가 없습니다.
공연장은 더욱 가관입니다. 장애인좌석은 3층 맨 뒤에 만들어졌는데요. 그 좌석으로 이동하는 공간이 너무 좁은데다가 큰 기둥마저 있어 자칫 잘못하면 계단으로 떨어질 우려가 있습니다. 뒤에서 공연을 볼 수밖에 없는 것도 차별이라 서러운데, 목숨까지 내놓으라는 것인가요? 이렇게 잘못 만들어진 시설을 고치는 것은 정말 엄청난 재정이 투입돼야합니다. 처음부터 잘 만들었다면 쓰지 않았을 돈입니다. 이 모든 것이 바로 국민들의 혈세 낭비인 것입니다. 제발 장애인들 말을 좀 들어야겠습니다.
소장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