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장애등급제 폐지냐, 존속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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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장애등급제 폐지냐, 존속이냐

황현옥 0 790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0-07-23 09:27:38
장애등급제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복지전달체계의 대안을 모색하는 대토론회가 21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토론에 참가한 토론자들의 모습. ⓒ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장애등급제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복지전달체계의 대안을 모색하는 대토론회가 21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토론에 참가한 토론자들의 모습. ⓒ에이블뉴스
장애인계는 한 목소리로 '장애등급제 폐지'를 주장했지만, 보건복지부는 "장애등급제가 존속돼야 한다"는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장애등급제 문제점 진단과 복지전달체계 대안모색 대토론회에서는 장애등급 폐지와 관련해 토론자로 나선 장애인계 대표들과 복지부 대표의 엇갈린 의견이 팽배하게 맞붙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치훈 정책연구실장. ⓒ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치훈 정책연구실장. ⓒ에이블뉴스
먼저 장애인계 대표로 나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치훈 정책연구실장은 "복지부는 2년 전 장애인복지전달체계 개선을 위한 방안 연구에서 제시했던 현행 전달체계의 문제점 중 '장애복지서비스 욕구에 대한 통합적 사정체계의 결여'와 '부족한 서비스사례 관리시스템'이란 핵심문제는 배제하고, 오직 장애판정의 엄격성과 객관성이 부족하다는 식으로 축소시키고 있다"며 "애초 계획했던 장애인복지전달체계의 개선 방안을 복지부가 변질시키고 왜곡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2008년 8월 '장애인의 권리에 기반한 참여 확대와 통합사회 구현이라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장애인정책발전 5개년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5개년 계획에는 ▲장애인 복지서비스의 선진화 구현 ▲장애인 생애주기별 교육지원체계 구축 및 문화활동 확대 ▲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사회 실현 ▲장애 통합적 접근으로의 사회참여 확대와 장애인 권익증진 등 4개 분야별 58개 과제가 담겨 있다.

김 실장은 "복지부는 이미 장애인에게 필요한 계획이 무엇인지 알고 있으면서도 실행하고 있지 않은 것"이라며 "5개년 계획을 세울 때 정신으로 돌아가, 장애인 개개인의 복지 욕구서비스가 실행될 수 있도록 등급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박홍구 회장은 "장애인을 의학적 대상으로만 평가하는 장애등급제는 자립생활의 이념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 이것은 장애인당사자를 의존적 존재로 전락시킨다"며 장애등급제가 자립생활을 저해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한국정신장애연대 김선희 사무국장. ⓒ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한국정신장애연대 김선희 사무국장. ⓒ에이블뉴스
이어 박 회장은 "모든 서비스를 받기 위해선 장애등록과 그에 따른 장애등급을 받아야 하는데 이는 장애인이라는 사회적 낙인을 찍어 사회통합을 침해한다"며 "장애등급 하나로 모든 서비스가 판단되면서 하나의 서비스는 선택하되, 다른 서비스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이는 정부의 의도대로 예산을 억제하고 편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국정신장애연대 김선희 사무국장은 “장애등급제는 한국과 일본에서만 존재한다. 일본의 등급제는 충분히 서비스가 제공되는 부분이 있지만, 한국은 일본의 등급제의 취지에서 축소된 부분이 많다”며 “우리나라의 등급제는 인격 등은 전혀 배려하지 않은, 서비스를 받으면서도 당사자에게 불합리한 느낌을 주는 제도”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장애인계 의견에 대해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최종균 과장은 "장애등급제가 폐지되면 간접적인 시책보단 직접적 서비스가 확대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간접적 복지 시책이 많기 때문에 장애등급제 폐지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단 활동보조서비스나 장애연금 같이 개별 서비스가 필요한 경우엔 근로능력평가 등의 판정체계를 가져나갈 수 있도록 계획 중"이라고 전했다.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최종균 과장. ⓒ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최종균 과장. ⓒ에이블뉴스
이어 최 과장은 의학적 평가에 기준해 장애등급이 판정되는 것에 대해선 "다른 선진국이 근로능력평가 등을 한다 해도 기본이 되는 건 의학적 평가로, 서비스 신청에는 모든 의학적 자료가 기반되며, 유럽에서는 근로능력평가를 의사가 담당하기도 한다"고 장애인계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최 과장은 장애인복지전달체계에 대해선 "별도의 장애인 전달체계를 구축하려면 4~5억 원의 예산이 든다. 인프라사업을 구축할 것인지, 아니면 서비스 등을 확충해 나갈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서비스 맞춤형으로 가면 좋겠지만 (지금으로선) 복지서비스를 확대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최 과장은 "궁극적으로 (장애인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개인적인 맞춤형 서비스가 구축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장애등급제 폐지' 논란과 관련해 장애인계 목소리가 단일화 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농아인협회 이호철 부장은 "장애인계 내에서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면, 지난 장애연금처럼 '장애등급제 폐지'도 묻힐 것"이라며 "장애인계 내부가 치열한 논쟁을 통해 단일 목소리를 형성하고, 장애등급제가 폐지됐을 때의 새로운 대안도 생각해내는 이야기들이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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