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당사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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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당사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라!”

- 한계상황으로 내몰리는 장애인 가정의 비극… 계속 방관할 것인가?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성명서]

이번 새 학기를 맞아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된 7세 어린이가 어머니 손에 죽음을 당했다. 이 어린이는 발달장애인이다. 홀로 장애아를 양육하던 어머니는 경제적 어려움 속에 고통 받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같은 날 지적장애가 있는 딸을 20여년 넘도록 돌보던 50대 어머니가 딸을 숨지게 했다. 그 후 자신도 목숨을 끊으려다 실패했다. 딸을 죽인 어머니는 말기 암 환자였다. 그도 역시 오래 전 남편과 이혼하고 홀로 딸을 돌보며 어렵게 살아왔다고 했다.

국민의 시선이 온통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쏠려 있을 때, 우리사회 그늘진 곳에서는 오랜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두 가정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파탄을 맞이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지적장애인은 21만7천여 명이다. 자폐성장애인도 3만여 명에 달한다. 이들은 대부분 부모와 가족에 의해 보살핌을 받을 수밖에 없는 사회적 약자들이다.

지적장애가 있는 자녀를 돌보는 부모나 가족은 전적인 희생을 감내해야 한다. 온종일 자녀에게서 눈을 뗄 수 없어 24시간 돌봄이 필요하다. 자녀 양육에 매달릴 수밖에 없어 마땅한 직업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해당 가정이 생계를 이어갈 대책이 없으면 국가에서 주는 최저생계비에 의존하며 살아야 한다. 지적장애인을 돌볼 수 있는 사회복지 시설도 턱없이 부족하다. 전국에 있는 복지시설이 감당할 수 있는 인원은 2만여 명에 불과하다.

그런데, 일부 장애인운동 단체는 장애인거주시설을 모두 폐쇄하라고 주장한다. 일명 ‘완전한 탈시설’ 정책이다. 이들의 주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장애인거주시설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예를 들면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이 엄격한 규율과 통제 때문에 자유롭지 못한 생활을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장애인 인권침해 문제를 내어놓으면 탈시설 명분은 더욱 확고해진다. 이렇게 탈시설을 주장하는 장애인은 그나마 형편이 낫다. 이들의 지적능력은 본인의 의사표현은 물론 스스로 생활하는 데에도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일부 지적장애인의 경우 도전적 행동 때문에 긍정적 행동지원을 포함한 돌봄과 보살핌이 항상 필요한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은 지적장애 자녀를 둔 경우 부부 중 한 사람은 직업을 포기해야 한다. 이마저도 한 부모 가정은 달리 선택지가 없어 생계를 꾸려갈 여력을 잃게 된다. 극빈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지적장애인 자녀는 성인이 되어도 자립이 어렵다. 상대적으로 나이 들어가는 부모는 성인 자녀를 보살피는 책임을 놓을 수 없어 눈물겨운 삶을 이어가야 한다.

이번 자녀 살해사건은 한계상황에 놓인 가정의 실상을 보여주고 있다. 언제든지 이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심각성이 드러난 것이다. 이들이 생계를 꾸려갈 수 있도록 직업을 갖고 일하는 동안 장애인 자녀를 돌봐줄 시설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적장애인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한다면 대책 없는 ‘완전한 탈시설’ 주장에 선뜻 손들어줄 수 없을 것이다.

‘완전한 탈시설’ 대안으로 국가에서 24시간 돌봄 체계를 갖추면 된다고 한다. 바로 ‘장애인활동지원’제도가 그 대안이다. 그러나 장애인활동지원 제도 도입 후 장애인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이와 더불어 장애인 당사자의 불만도 높게 쌓여갔다.

현재 ‘장애인활동지원’에 투입하는 국가예산은 전체 장애인 예산의 43%를 차지한다. 이 정책은 ‘장애인활동지원사’라는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장애인 당사자는 장애인활동지원사의 선택에 의해 돌봄 서비스를 받는다.

위•중증 장애인은 활동지원 서비스에서 후순위로 밀려나기 십상이다. 장애인활동지원사 대다수가 이들을 돌보는 것은 힘들다며 꺼리는 까닭이다. 이 뿐 아니다. 바로 ‘장애인활동지원사 휴식시간 보장’에 대한 내용이다. 장애인활동지원사도 근로자이기에 당연히 주장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위•중증 장애인의 경우 24시간 끊임없는 돌봄이 필요한 분들도 많다. ‘장애인활동지원사 휴식시간 보장’은 곧 이들의 돌봄 공백이라는 문제점으로 이어진다.

결국 원활한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를 위한 대책은 예산 증액뿐이다. 하지만 ‘장애인활동지원’ 예산을 300%이상 늘려도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 오히려 ‘장애인활동지원’이 전체 장애인 예산을 모두 잠식할 우려감만 커지는 상황이다.

따라서 ‘장애인활동지원’ 예산을 장애인예산에서 집행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고용 측면에서 봐야 할 내용이다. 장애인활동지원사 고용은 장애인 고용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장애인활동지원사’가 늘어나는 것은 정부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정책에 부응할 뿐이다. ‘장애인활동지원’ 예산은 일자리 창출이나 고용에 관련된 부분에서 다뤄져야 한다.

우리사회에서 한계상황으로 내몰리는 가정이 참혹한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지원체계를 구축할 것을 촉구한다. ‘땜질 처방’의 미봉책은 근본적 문제해결 방법이 아니다. 대대적인 인식개선을 통해 한계가정의 문제를 공론화하고, 항구적인 대책을 세우는 것이 시급하다.

우리사회가 공동으로 지적장애인 자녀를 보호하고 양육하는 시스템을 만들 것을 촉구한다. 선진화 된 각종 돌봄 시스템을 구축하여 장애인 당사자와 부모에게 모두 선택권을 부여해야 한다. 그들이 원하는 돌봄 유형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와 시설이 구비되어야 한다. 자녀를 돌봐줄 수 있는 시설의 다양성이 필요한 부분이다. 단기 또는 장기간 보호 등 돌봄 체계의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러한 체계는 장애인 가정의 형편을 고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적장애인 돌봄 시설은 부모와 가족이 맘 놓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사회보장 시설이다. 그러므로 성급한 ‘완전한 탈시설’을 주장하기보다는 돌봄 기관에 안심하고 자녀를 믿고 맡길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보강할 필요가 있다. 한계 가정의 어려운 형편을 살피고 지원할 국가 책임제도가 정착되어야 한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역시 개편할 필요가 있다. 장애인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장애인 개인 예산제 도입이 필요한 이유다. 본인의 상황에 맞는 활동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장애인 당사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보다도 시급한 생존의 문제가 앞서기 때문이다.

기존 공급자 중심의 서비스전달체계는 분절적으로 대상자를 한정하고 급여량을 결정했다. 기존의 방식을 벗어나 서비스 간 장벽을 없애고, 이용자가 자신의 필요와 상황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서비스 사용량과 사용처 및 서비스 제공자를 모두 선택할 수 있는 개인예산제 도입이 필요하다. 이는 시혜적 복지제도를 종식시키고 권리위주의 복지제도로 나아가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이제 새로 구성될 윤석열 정부를 향한 장애인의 기대감은 매우 높다. 장애인 문제의 핵심을 이해하고 실용적인 정책을 펼쳐주기를 바란다.

우리사회는 한계상황에 서 있는 장애인 가족이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지원해야 할 책임이 있다.

1. 선택권을 보장하는 개인예산제를 도입해야 한다.

2.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수정 보완해야 한다.

3. 장애인 탈시설정책은 보완하여 현실에 맞는 제도운영이 필요하다.

4. 장애인시설을 확대하고 지적장애인 가족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

2022년 3월 16일

사단법인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출처 : 소셜포커스(SocialFocus)(http://www.social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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