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조서비스가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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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보조서비스가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

황현옥 0 750
제 기억이 맞다면 활동보조서비스(Personal Assistant Service, 이하 PAS)는 2007년에 본격적으로 시작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간에 나아진 점도 있고 좋아진 점도 있지만 실상은 과거에 비해 그다지 나아지지는 않은 모습입니다.

PAS가 장애인의 삶 속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모두가 알고 있다면 더 나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지금은 PAS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점에 대해서 짚어보려고 합니다.

현행 PAS의 문제점은 어느 한 사람과 단체 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일러드릴 것은 저도 한 사람에 불과하기 때문에 단순한 의견 개진일 뿐 객관적이지 않을 수 있음을 밝혀드리는 바입니다.

PAS는 지역 간의 차가 큰 서비스입니다. 저는 월 80시간을 받는 이용자이고 경기도에 살고 있습니다. PAS는 최대 할당 받을 수 있는 시간이 100시간인데 이러한 기준은 장애 정도를 놓고 매겨집니다. (모르시는 분들을 위하여 덧붙이자면 여기서 말하는 장애 정도란 흔히 장애를 진단 받았을 때 급수가 아니고, 1급안에서의 경중을 의미합니다.)

그러면 지역 간의 차는 무엇이냐 하면 서울 지역에 경우 시에서 주는 시간이 따로 있지만 경기도에는 추가 시간이 할당 안 됩니다. 만약 최대 할당 가능한 시간이 100시간이라면 경기도는 100시간만 이용해야 하는 반면 서울 지역은 시 할당 시간인 60시간이 더 있다든가 하는 것이죠. 제가 아는 지인 중에서는 180시간을 쓰고 계신 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만이 다가 아닙니다. 정확한 일자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얼마 전부터 장애 등급을 심사하는 기준이 매우 까다로워진 터라 정말 PAS를 받아야 하는 분들이 혜택을 못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의 경우 이 조건을 통과하고 다시 1급으로 받았으나 많은 분들이 장애등급을 하향 조정 받아 자격미달이 되신 분도 많습니다. 그리고 복지 예산의 삭감도 이 일의 연장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80시간의 제 경우만 말씀드리면 결론적으로는 아르바이트용으로는 괜찮으나 정규직으로 하기엔 너무 급여가 작은 것이 사실입니다. 사실 PAS의 전신 격이라고도 할 수 있는 자원봉사 서비스의 문제점은 급여 없이 일을 하기 때문에 이용자 입장에선 미안하고, 일 하는 입장에서는 능률이 오르지 않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해서 발전된 형태가 지금의 PAS인데, 일정량의 돈을 받긴 하지만 떳떳하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제 보조인의 말을 빌리면 한 달 받는 돈이 52만 원 정도라고 합니다. (이용자 본인 부담금 포함) 그렇게 되면 시간 당 6,400원 정도의 급여를 받는 셈이 됩니다. 이 부분만 보면 타 아르바이트에 비해 짭짤한 수입 입니다. 그러나 이 액수를 정규직으로 적용시키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릅니다. 결국 보조인은 더 많은 돈을 위해 양다리를 걸치거나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기 쉬운 것이 현 상황입니다.

본래 이야기 하려던 이야기 말고 그 전에 몇 가지 문제를 되짚고 가려 합니다. PAS를 시작할 시에 이뤄진 일종의 규약 같은 것인지는 모르지만 아이러니 한 몇 가지를 짚어보자면 첫째는 이용자가 활동할 시에 필요한 돈을 이용자가 전액 부담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지만 이용자인 장애인 분들의 경우 무직인 경우가 상당한데 이럴 경우 참담합니다. 물론 원칙적으론 맞습니다. 전부 보조인이 부담하는 것은 안 될 일이지요. 하지만 부모 없이 혼자 사는 이들이라든가, 가정 형편이 어려워 겨우 부담금만 내는 이들에겐 청천벽력 같은 일이기도 합니다.

"돈이 없으면 활동을 하지 말아야지."라든가 "없는 대로 지내." 같은 원칙적 답은 막무가내의 답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제가 4년 째 이 일을 해보니 이 일은 재량적인 측면이 다분합니다.

이용자와 보조인이 6대4, 5대5, 7대3이나 8대2와 같이 서로가 조금씩 양보하고 많은 이야기를 통해 해 나가야지 원리원칙을 내세워 이용자 부담이라고 못을 박아 둘 일은 아니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둘째로는 자가 차량으로의 이동이 금기 시 되어 있단 점입니다. 모르겠습니다. 이것을 왜 금지하고 있는지, 그리고 일부에선 그렇지 않은 곳도 있을지 모르지만 기름 값 때문인데 자차 활용이 왜 필요하냐면 장거리 이동시에 요긴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를 보호하고 케어 한다는 것처럼 피로한 일은 없습니다.

활동시간과 거리에 상관없이 그 시간만큼은 신경을 곤두세워야 되기 때문에 더욱 그렇죠. 그런데 거기에 더해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시간도 소비 될 뿐더러 보조인 입장에선 이동을 기피하게 됩니다. 그러면 이용자는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됩니다.

셋째는 이용 시간에 관한 측면입니다. 현재 PAS는 바우처 제도를 도입하여 바우처 카드를 이용해 보조인이 원하는 시간만큼 함께 있다가 단말기에 카드를 찍어 결제를 받는 형식인데요. 이 방식이 가장 정확하긴 하지만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습니다. 보조인은 이용자가 할당 받은 총 시간을 받기 위해 많은 시간 함께 있을 텐데 매일 필요한 분들이 아니라면 이 부분은 더욱 어렵습니다.

카드깡(이용자와 보조인이 합의하에 이용 하지도 않은 시간을 이용한 것처럼 꾸미는 행위)를 막기 위함인데 이렇게 되면 이용자 본인은 어느 정도 보조인과 친근해져 그렇지 않을 수 있지만 다른 가족들은 부담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집에 있을 때 더하지요. 카드깡은 분명 좋지 않은 행위이나 이해는 갑니다.

이를 방지하려면 서로 합의하에 필요한 일정시간만 사용하고 중개기관에서 전화를 걸어 오늘 사용한 시간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것을 녹음해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죠.

PAS에 있어 보조인은 생명입니다. 장애인의 삶이 그 이에게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죠. 사실 중개기관에서도 이 일을 하려는 인구가 많지 않아서 맘 좋은 분들을 선별해 내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문제는 보조인 분들입니다. 처음엔 좋은 취지의 일이니까 열심히 하려고 왔는데 막상 힘드니까 대충하게 되고 조금만 더 친해지면 주객이 전도되는 경우도 봤습니다. 보조인은 장애인의 몸입니다. 아니 몸을 넘어선 숨 줄입니다. 숨만 쉰다고, 눈만 깜빡댄다고 해서 살아있는 것이 아니듯 그들이 원하는 것을 대신해줌으로써 사람다운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막중한 역할을 맡은 사람들이 보조인입니다.

돈이 적다고 해서 하루 쯤 빠지거나 대충해도 되는 일이 아닙니다. 힘들더라도 본인 가족이 앞에 있다 생각하고 열심히 해주길 바랍니다. 좀 더 보태면 제주도를 당일로 다녀오자고 해도 갈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조금 힘들다고 요령 피우거나 피곤하다고 오지 않거나 가는 곳이 멀다고 해서 가지 않으려 한다면 그건 진정한 보조인의 자세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방법은 없을까요? 있습니다. 바로 임금 인상입니다. 그리 된다면 이용자 입장에서도 시간이 늘 테고 일석이조입니다. 얼른 정규직으로 승격 돼서 양 쪽 모두가 만족한 PAS가 되길 바랍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일은 누구라도 '내가 정의롭다'거나 '내가 옳다'고 주장할 수 없습니다. 사람은 다 부족한 면이 있기 때문이죠. 서로 양보하고 실수를 보듬어 줄 사이가 된다면 그 어떤 관계보다 끈끈해 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경기도 성남에 사는 독자 안지수님이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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